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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평원의 미스터리 - 라오스 6톤 돌항아리 수천 개는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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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위에 흩어진 수천 개의 돌항아리

라오스 북부, 시엥쿠앙이라 불리는 넓고 황량한 고원. 바람만 스치는 이 초원 언덕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돌항아리 수천 개가 흩어져 있다. 큰 것은 높이가 3미터, 무게는 6톤이 넘는다. 하나같이 단단한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것이다. 만든 지 어림잡아 2천 년, 그런데 이것을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오늘날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땅을 항아리 평원이라고 부른다.

90곳이 넘는 유적, 수천 개의 항아리

항아리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지 않다. 어떤 곳에는 수백 개가 무리 지어 있고, 또 어떤 항아리는 홀로 외따로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적지만 90곳이 넘고, 그 안에 놓인 항아리는 무려 수천 개에 이른다. 이 거대한 항아리들은 마치 오래전 누군가가 급히 두고 떠난 것처럼 2천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넓은 고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인 셈이다. 항아리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원통형이고 어떤 것은 아래가 불룩하며, 표면이 매끈한 것이 있는가 하면 거칠게 다듬다 만 듯한 것도 있다. 이런 다양함은 이 항아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세대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단단한 바위를 통째로 깎다

항아리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대부분은 화강암이나 사암 같은 단단한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것이다.

가장 큰 항아리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3미터 높이에, 무게는 6톤이 넘는다. 쇠 연장이 흔치 않던 2천 년 전, 사람들은 오직 돌과 원시적인 도구만으로 이 거대한 바위를 정교하게 파냈다. 게다가 항아리를 만든 돌은 이 언덕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채석장에서 이 무거운 바위를 어떻게든 옮겨 왔다. 일부 항아리에는 뚜껑으로 보이는 둥근 돌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옮길 수 없는 것을 옮기다

수 킬로미터 밖의 채석장에서 6톤짜리 바위를 옮긴다는 것은 오늘날의 장비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퀴도, 큰 짐을 끄는 짐승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통나무를 굴림대 삼아 바위를 밀고, 밧줄로 당겨 조금씩 옮겼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수십 명이 한나절 내내 매달려야 겨우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채석장과 항아리 평원 사이의 길목에서는, 옮기다 만 듯 중간에 버려진 항아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항아리를 채석장에서 대강 깎은 뒤, 이 고원까지 옮겨 와 마무리 손질을 했음을 보여 주는 단서다. 그러나 이 험한 고원의 오르막을 어떻게 넘었는지, 정확한 방법은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더 큰 의문은 이 엄청난 수고를 들여 굳이 이 외딴 고원까지 항아리를 옮겨 온 이유다. 사람들은 이 무거운 돌 속에 대체 무엇을 그토록 소중히 담으려 했을까. 어떤 학자들은 이 고원이 옛 교역로가 지나던 길목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먼 길을 오가던 사람들에게 이 항아리들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녔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인의 술잔이라는 전설

이 신비로운 항아리를 두고 이 지역에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전해 내려온다. 먼 옛날 이 땅에 거인 왕이 살았고, 그가 큰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술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 항아리들은 바로 그 거인들이 술을 담아 마시던 잔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들으며 자랐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거대한 항아리들을 마주하고 나면, 왜 사람들이 거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상하리만치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자들의 세 가지 가설

전설을 걷어 내고 나면 학자들이 진지하게 내놓은 몇 가지 가설이 남는다. 첫 번째는 술이나 곡식을 저장하던 거대한 창고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지나가는 이들을 위해 빗물을 받아 두던 저수 시설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세 번째 가설은 이 항아리들이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한 무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아리 주변과 그 아래에서는 사람의 흔적이 여러 차례 발견되었다. 세 가설은 저마다 그럴듯한 근거를 갖고 있지만 무엇 하나 완전히 증명되지는 못했다. 저장 창고설은 왜 하필 이 무거운 돌을 썼는지 설명하기 어렵고, 빗물 저수설은 이 많은 항아리가 굳이 한곳에 모인 이유를 밝히지 못한다. 무덤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그마저도 왜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돌항아리를 거쳤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진실은 여전히 이 무거운 돌 뚜껑 아래 잠겨 있는 셈이다.

전설과 과학이 가리키는 한 가지

거인의 술잔이라는 오랜 전설과, 죽은 이를 위한 무덤이라는 과학의 설명은 얼핏 정반대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두 이야기가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설은 이 항아리가 아주 특별하고 신성한 그릇이었다고 말한다. 과학 역시 이 항아리가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결국 옛사람들에게 이 돌항아리는 아무렇게나 놓아둔 물건이 아니라 깊은 의미를 담은 성스러운 대상이었던 셈이다. 삶의 기쁨을 나누는 잔이었든, 죽음을 배웅하는 그릇이었든, 그 돌의 무게만큼이나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전설과 과학은 오랜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진실을 서로 다른 언어로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유적

항아리 평원의 미스터리를 푸는 일은 뜻밖의 이유로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20세기 중반, 이 고요하던 고원은 격렬한 전쟁의 한복판에 놓이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땅속에는 미처 터지지 않은 포탄이 수없이 묻혀 있었다. 그 때문에 학자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조차 항아리 곁으로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이 평원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유적이 되어 버렸다. 오랜 제거 작업 끝에 겨우 몇몇 유적지만이 다시 문을 열었고, 2019년에 이르러서야 이곳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콜라니의 발견

위험이 닥치기 훨씬 전인 1930년대, 이 평원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조사한 사람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여성 고고학자 마들렌 콜라니였다.

그녀는 몇 해에 걸쳐 이 고원을 샅샅이 누비며 항아리 하나하나를 기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항아리들 사이에서 굴뚝처럼 구멍이 뚫린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과 항아리 주변에서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오래된 사람의 자취가 함께 나왔다. 그녀는 이 항아리들이 죽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항아리에 시신을 잠시 두었다가, 뼈만 추려 다시 묻는 장례 풍습이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이 결론은 항아리의 정체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실마리로 남아 있다. 최근의 연구자들은 항아리 아래 묻힌 유물의 연대를 측정해, 그녀의 가설을 조금씩 뒷받침하고 있다.

평원을 기록한 사람

항아리 평원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콜라니는 이미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 험한 고원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무더위와 험한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유적지를 하나하나 지도에 옮겨 그렸다. 그녀가 남긴 상세한 기록과 도면은 훗날 전쟁으로 많은 유적이 훼손된 뒤에도 이 평원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녀가 세운 무덤 가설은 오늘날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무덤을 만든 사람들이 정확히 누구였는지, 그 답만은 그녀조차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마치며 - 2천 년의 침묵

오늘도 라오스의 고원 위에는 수천 개의 돌항아리가 말없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누가 이 무거운 돌을 이 먼 곳까지 옮겨 왔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가장 단순해 보이는 돌 하나가 가장 오래도록 입을 다무는 법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최신 기술로 항아리 아래 땅속을 들여다보며, 콜라니가 남긴 오랜 질문에 다시 답을 찾고 있다. 언젠가 이 돌항아리들이 마침내 입을 열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 2천 년의 침묵을 지켜 온 이 항아리들은 자신만의 비밀을 조용히 품은 채 하늘을 향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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