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류를 2000년간 따돌린 물건
정교하게 만들어진 청동 물체 하나가, 2000년 동안 인류를 완벽하게 따돌렸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큼 작은 이 12면체는 유럽 곳곳에서 약 130점이나 발견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토록 많이 발견되었는데도, 누구도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확실히 알아내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수십 개의 가설을 내놓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로마 12면체라고 불리는 이 기묘한 유물의 생김새와 발견 과정,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여러 가설을 사실과 추측을 분명히 구분하며 살펴본다. 무엇이 분명한 사실이고 무엇이 아직 추측에 머물러 있는지를 또렷이 가르는 일은, 이런 미스터리를 다룰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

2. 12면체의 생김새
이 물건의 생김새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전체 모양은 정십이면체로, 5개의 변을 가진 오각형 면이 모두 12개 모여 이루어져 있다. 속은 텅 비어 있고, 청동을 정교하게 부어 만든 솜씨가 한눈에 드러난다.
가장 독특한 점은 각 면의 한가운데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멍들은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어떤 것은 넓고 어떤 것은 좁다. 또한 12개의 면이 만나는 모서리마다, 작은 공 모양의 돌기가 하나씩 붙어 있다. 크기는 가장 작은 것이 4cm 정도, 큰 것은 11cm에 이른다. 분명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정성껏 설계된 물건이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양만 보아서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정교함이다. 이 물건은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술과 시간을 들여 주조한 것이다. 청동을 다루는 일은 당시에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고, 12개의 면과 크기가 다른 구멍들을 정확히 배치하려면 꽤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필요했다. 누군가 이렇게 공을 들였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분명한 쓸모가 있었다는 뜻이다.

3. 이름조차 없는 유물
우리가 흔히 부르는 로마 12면체라는 이름은, 사실 로마인들이 붙인 이름이 아니다. 후대의 연구자들이 생김새를 보고 편의상 붙인 것일 뿐이다. 정작 이 물건을 만들고 사용한 사람들이 그것을 뭐라고 불렀는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흥미롭게도 이 물체의 겉모습에 관한 정보는 비교적 풍부하다. 재질은 대부분 청동이며, 드물게는 은으로 만든 것도 발견되었다. 만들어진 시기는 대략 3세기에서 4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대체로 5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가 꽤 크다.
이렇게 재질과 크기, 제작 시기까지는 비교적 또렷하게 밝혀져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물건의 진짜 이름과 용도, 즉 정체성의 핵심만은 완전히 비어 있다. 우리는 이 물체의 겉모습은 훤히 알면서도, 그 진짜 이름과 쓸모는 여태 모른다. 마치 얼굴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이름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사람처럼, 이 유물은 우리 앞에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그 정체를 끝내 감추고 있다.

4. 300년에 걸친 발견
이 수수께끼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무려 300년 가까이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기록에 남은 첫 발견은 1739년, 영국의 한 시골에서였다. 땅을 파던 사람들이 정체 모를 청동 덩어리를 우연히 들어 올렸다.
그 뒤로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같은 옛 로마 제국의 북서쪽 변방 지역에서 같은 형태의 물건이 잇따라 나왔다. 1900년대에 들어서자 발견 수는 수십 점으로 불어났고, 오늘날 유럽 전역에서 확인된 것만 약 130점에 이른다. 일부는 귀중한 동전 더미와 함께 땅속에 묻힌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 물건을 꽤 값지고 소중하게 여겼음을 짐작하게 한다.
같은 모양이 이렇게 여러 곳에서 반복해 나타난다는 것은, 분명한 쓰임새가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다. 만약 단 한 점만 발견되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느 장인의 즉흥적인 작품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같은 형태가 거듭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것이 널리 공유된 분명한 목적을 가진 물건이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발견은 300년 내내 꾸준히 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용도에 대한 이해만은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5. 미스터리를 둘러싼 숫자들
이 미스터리를 둘러싼 숫자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이 물건은 정확히 12개의 면과 30개의 모서리를 가진 정십이면체이며, 각 면은 5개의 변을 가진 오각형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약 130점이고, 크기는 대략 5가지로 나뉜다.
이 풍부한 숫자들의 한가운데에, 결정적인 공백이 하나 자리한다. 바로 그 용도를 설명하는 당대의 기록이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면의 수도, 발견된 수량도, 만들어진 시기도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답만은 완전히 비어 있다. 풍부한 사실과 결정적인 공백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점이, 이 유물을 더욱 흥미로운 수수께끼로 만든다.

6. 수많은 가설들
그렇다면 학자들은 이 물건의 용도를 어떻게 추측해 왔을까. 지난 수백 년 동안 정말 다양한 가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거리나 각도를 재는 일종의 측량 도구였다는 주장이다. 면마다 다른 구멍의 크기를 이용해 무언가를 측정했으리라는 생각이다.
별이나 해의 위치를 살펴 농사 시기를 정하는 천문 도구이자 달력이었다는 가설도 있다. 양초를 꽂아 두는 받침대였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안쪽에서 촛농의 흔적이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종교 의식에 쓰인 신성한 물건이었거나 단순한 장난감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실을 걸어 장갑을 짜는 뜨개질 도구였다는 흥미로운 주장까지 나왔다.

각 가설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측량 도구설은 면마다 구멍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양초 받침설은 안에서 발견된 촛농의 흔적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동시에 각 가설은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측량 도구라기에는 물건마다 구멍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양초 받침이라기에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모양을 만들 이유가 없다. 이렇게 모든 가설이 한쪽에서는 그럴듯하고 다른 쪽에서는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결국 이 많은 주장 가운데 어느 것도 모두를 완전히 설득하지는 못했다.

7. 실용이냐 상징이냐
수십 개에 이르는 가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한쪽은 이것이 실용적인 도구였다는 입장이다. 측량이든 뜨개질이든, 손에 쥐고 무언가를 재거나 만드는 데 썼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실용과는 거리가 먼, 상징적인 물건이었다는 입장이다. 종교 의식에 쓰인 신성한 도구였거나, 지위와 권위를 드러내는 장식품이었다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두 진영 모두 나름의 그럴듯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 실용설은 면마다 구멍 크기가 다르다는 점, 그리고 손에 쥐기 좋은 크기라는 점을 든다. 상징설은 이 물건이 동전 더미와 함께 소중히 묻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실용적인 도구치고는 지나치게 정교하고 아름답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동시에 두 진영 모두, 상대를 완전히 꺾을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 실용설은 물건마다 구멍 크기가 제각각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정밀한 측정 도구라면 규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징설은 이 정교한 구멍들과 돌기가 도대체 왜 필요했는지를 답하지 못한다. 단순한 장식이라면 이렇게 복잡한 구조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선 채, 논쟁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8. 침묵하는 유물
오늘날 이 12면체들은 여러 박물관의 유리장 안에 조용히 놓여 있다. 수많은 관람객이 그 앞을 지나며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저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그러나 유물은 어떤 답도 들려주지 않은 채, 그저 침묵 속에 빛날 뿐이다.
한 박물관은 이 물건을 용도 미상이라고,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라고 소개한다. 그 짧은 한 줄이, 이 작은 청동 물체가 가진 신비를 그대로 말해 준다. 정답을 적을 수 없어 수수께끼라고 적어 둔 그 안내판은, 어쩌면 이 유물에 가장 정직한 설명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정직한 모름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작은 유물 앞으로 불러 모은다.

9. 학자들의 솔직한 고백
이 물건을 오래 연구해 온 학자들은, 한결같이 솔직한 고백을 내놓는다. 더 많은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확실한 답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새로운 12면체가 발견될 때마다 풀릴 듯하던 수수께끼는, 번번이 또 다른 의문을 새로 만들어 냈다.
한 고고학자는 이 물건을 두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결코 의미 없이 만든 물건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 속에는, 답을 찾지 못한 답답함과 동시에 이 미스터리를 향한 깊은 존중이 함께 담겨 있었다.
사실 과학과 역사의 세계에서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듯한 답을 하나 정해 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고 싶은 유혹이 늘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지한 학자들은 섣부른 결론 대신, 아직 모른다는 정직한 태도를 택했다. 그 신중함이야말로, 언젠가 진짜 답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바탕이 된다. 어쩌면 답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은 물건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10. 답을 모르는 매력
어떤 수수께끼는 풀려서 위대하고, 또 어떤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아서 위대하다. 로마 12면체는 후자에 속하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20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작은 물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쳐 준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안다고 믿는 것이, 사실은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언젠가 결정적인 단서가 나타나, 이 오랜 수수께끼가 한순간에 풀릴지도 모른다. 새로운 12면체가 더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거나, 그 용도를 적은 기록이 우연히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로마 12면체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풀리지 않은 질문 하나가 얼마나 큰 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 작은 청동 물체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 12면체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이었다고 생각하는가.